상교우서(소식지)

Suwon Research Institute of Catholic Church History

월간(2021~)

[123] 2025년 8월호
관리자 2025-08-01 08:52:51
첨부파일 상교우서_123_2025년 8월-pdf.pdf
‘십이단’(十二端, 주요 기도)에 수록된 기도문 소개 (1)
- 십이단 기도문은 실제로 12종 이상이었다 -

『천주성교십이단』(줄여서 ‘십이단’이라고 함)은 한국 천주교회가 성립하여 국가에 의해 금압(禁壓, 금지와 탄압)을 받던 시기에 신자들이 어려서부터 반드시 익혀야 하고, 비신자가 세례를 받기 전에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 기도문이었습니다. 현재에 사용되는 『가톨릭 기도서』 제1편과 『한국 천주교 예비 신자 교리서』 부록에 실린 ‘주요 기도’는 ‘십이단’ 기도문이 수정·추가된 것입니다.
‘십이단’이 언급된 기록은 교회 측 자료[신자들의 증언록, 선교사제의 서한]와 관변 측 자료[포도청등록]에서 확인됩니다, 신자들은 가족, 회장 등에게 ‘십이단’을 배워 세례를 받았으며, 천주교를 전파할 때 교리(문답)와 ‘십이단’을 가르쳤습니다. 또한, 신자들이 관아에 끌려가 심문을 받을 때 자신의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 ‘십이단’ 등 기도문을 외우기도 했습니다. ‘십이단’과 관련된 신자들의 기록을 지난 상교우서 3월(118호)부터 7월호(122호) 지면을 통해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번 호부터는 ‘십이단’에 수록된 기도문을 소개해 드릴 예정인데, 교회서적에 나오는 ‘십이단’ 기도문은 1860년대부터 확인됩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몇 차례 변화를 겪었는데, 현재의 ‘주요 기도’와 비교해 보면 용어와 표현방식 등의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수록된 기도문의 순서도 다르고, 기도문이 빠지거나 새롭게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통설적으로 알려진 ‘십이단’ 기도문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밝히고, 현재 남아 있는 ‘십이단’ 기도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는 『텬쥬셩교공과』(1862년)과 『텬쥬셩교십이단』(1886년)을 비교해서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십이단 기도문을 현재 기도문과 대조해서 소개하겠습니다.

사전[통설]에 소개된 십이단 기도문의 재검토 -
『한국가톨릭대사전』(1985년)과『한국가톨릭대사전』 8권(2001년),
현재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사이트 ‘십이단’ 항목

위의 사전과 사이트를 통해 십이단은 통설적으로 12종의 기도문으로 구성되며 성호경(聖號經), 삼종경(三鐘經), 천주경(天主經), 성모경(聖母經), 종도신경(宗徒信經), 고죄경(告罪經), 관유(寬裕)하심을 구하는경, 소회죄경(小悔罪經), 천주십계(天主十誡), 성교사규(聖敎四規), 삼덕송(三德誦), 봉헌경(奉獻經)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2종 기도문을 명시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의 『텬쥬셩교십이단』(1902년 중간)에 아라비아숫자로 일련번호를 표시한 기도문을 뽑아서 정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일련번호 숫자가 원문에 인쇄된 것이 아니라 나중에 누군가가 손으로 직접 적어 놓은 것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기도문 중에는 숫자를 매기지 않은 경우도 있고, 숫자를 썼다가 다시 고친 흔적이 발견됩니다. ‘소회죄경’ 앞에 쓰인 숫자는 ‘7’로 쓰다가 ‘8’로 고친 것으로 보이며, 7 ‘관유하심을 구하는 경’ 다음의 기도인 ‘사하심을 구하는 경’ 앞에는 번호 숫자가 없습니다.
누군가가 기도문에 일련번호 숫자를 적었는데 기도문이 12종 이상이 되자 자의적으로 취사선택해서 12종으로 맞추는 과정에서 어떤 기도문에는 번호를 붙이지 않고, 어떤 기도문에는 번호가 바뀌게 된 것입니다. 또한, ‘†(십이단 표시)’가 있는 『텬쥬셩교공과』를 확인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텬쥬셩교공과』(1862년 초간, 1902년 중간)에는 ‘관유하심을 구하는 경’과 ‘사하심을 구하는 경’ 모두 ‘†(십이단 표시)’가 없습니다.

이와같이 통설적으로 이해되는 12종 기도문은 명확한 근거가 없습니다. 따라서 십이단과 공과 기도서(†표시 십이단)를 검토하여 십이단 내용과 순서 등 편제를 실제로 확인해야 합니다.

『텬쥬셩교공과』(1862년)과 『텬쥬셩교십이단』(1886년)을 비교하다 - 12종 이상의 기도문 수록

현존하는 십이단 중 가장 오래된 기도문은 1862년 베르뇌 주교가 감준하여 목판본으로 간행한 『텬쥬셩교공과』 제1권 중에 ‘† 표시’가 있는 십이단입니다. 한편, 단행본 십이단 서적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은 1886년 서울 성서활판소에서 서양식 활판본으로 간행한 『텬쥬셩교십이단』(파리외방전교회 프랑스아시아연구소(Irfa) 소장)입니다.
『텬쥬셩교공과』 제1권은 조과(早課, 아침기도)·만과(晩課, 저녁기도)를 중심으로 편제되어 있습니다. 조과 앞에 성수를 찍을 때 하는 경, 성호경, 삼종경이 있고, 만과 뒤에 여러 축문과 영광경, 미사 참예하는 규식, 고해전후송, 영성체후송이 있습니다. † 표시된 십이단 기도는 성호경을 제외하고는 모두 조·만과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조과에 7종[조과의 두 번째에 위치한 천주경부터 성모경, 종도신경, 고죄경이 연속해서 나오고, 중간에 다른 기도가 있으며 다시 천주십계, 성규사규, 봉헌경이 연속해서 나오고 끝남], 만과에 4종[만과의 세 번째에 소회죄경이 나오고, 중간에 다른 기도가 있고 신덕송, 망덕송, 애덕송이 연이어 나옴. 뒤에 다른 기도(오사례)로 끝이 남]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텬쥬셩교십이단』에 수록된 기도와 『텬쥬셩교공과』 제1권의 ‘† 십이단 표시’ 기도는 거의 겹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십이단과 공과에 공통적으로 수록된 기도는 모두 15종인데, 공과에 †표시가 된 기도문은 삼종경, 관유하심을 구하는 경과 사하심을 구하는 경을 제외한 12종입니다. 공과를 편찬할 때 의도적으로 12종 기도를 십이단으로 표시한 것입니다. 하지만 블랑 주교가 감준한 십이단 책에는 †표시나 일련번호 없이 15종 기도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십이단과 공과 기도문의 순서도 조금 다릅니다. 사하심을 구하는 경까지는 순서가 동일하지만, 소회죄경과 봉헌경은 십이단에서는 9번째와 15번째에, 공과에서는 12번째와 11번째에 나옵니다.
단행본 십이단[수록 15종 기도]과 공과[표시 12종 기도]는 각기 다른 편제를 유지하면서 별개 책자로 간행되어 신자들에게 배포되었습니다. 두 책에 나오는 십이단 기도문을 비교하면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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